[가버나움] (2018)
관훈클럽 씨네마니아 31회 감상 작품
2019.02.16. 압구정cgv
14살 소년 자인(귀에는 ‘재앤’이라고 들리던데...)이 부모를 고소하고 “아이 좀 낳지 마세요.”라고 외칩니다. 관객들의 분노 대상은 이 소년이 아니라 아이들을 줄줄이 낳아 놓고 책임질 의지가 전혀 없는 그 부몹니다.
레바논 어느 빈민촌.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 아이들이 득시글합니다. 부모는 낳기만 했지 출생신고를 하나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 아이들은 유령과 같습니다. 부모는 아이들을 학교 보낼 뜻이 없습니다. 가장은 빈둥빈둥 낮잠 자는 게 일과고 집안일을 어린 아이들이 해결해야 합니다.
이 집 아들 자인은 11살 누이 사하르(하이타 아이잠)를 무척 아낍니다. 그런데 사하르가 초경을 하자마자 부모는 기다렸다는 듯이 시집보내려 합니다. 말이 결혼이지 슈퍼 주인에게 팔아넘기는 것입니다. 자인은 이를 막으려고 사하르를 데리고 도주하려다 잡힙니다. 자인은 필사적으로 막았지만 사하르는 아버지에게 끌려 나갔습니다,
자인은 집에서 나와 굶으면서 떠돌다가, 저녁에 놀이공원에서 막 퇴근하려던 젊은 여자 청소부 라힐(요르다노스 시프로우)에게 먹을 것이 있느냐고 묻습니다. 에티오피아 출신 라힐은 불법체류자인데다 젖먹이 아들을 직장 구석에 감추어 두고 일하는 처지. 제 코가 석자였지만, 배곯은 자인을 집에 데려가 먹여 줍니다. 단칸방인 이 집에서 자인은 낮에 집에 남아 아기를 보게 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기 엄마가 밤이 되어도, 며칠이 되어도 집에 돌아오지 않습니다. 아기를 떠맡은 자인의 눈물겨운 생존 투쟁의 나날이 지나갑니다. 아기 엄마 라힐은 위조 체류증의 기한이 다 차서 또 만들어야 하는데 위조업자에 줄 돈이 없어 결국 단속반에 잡힙니다. 엎친 데 덮치기로, 자인이 아기를 데리고 다니며 아기 엄마를 찾아다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셋돈 밀렸다고 주인이 자물쇠로 잠궈 버렸습니다.
자인은 어쩔 수 없이 입양 브로커에게 아기를 넘겨주고, 자신도 난민 자격으로 외국에 나가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출생 증명등 신분 증명 서류가 필요했습니다. 이 서류를 가지러 부모에게 간 자인은 강제 결혼한 어린 누이 사하르가 출산중 심한 하혈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펄펄 뛰던 자인은 식칼을 들고 슈퍼 주인에게 달려갑니다. 신분을 증명할 아무 근거 서류가 없는 자인이 이제는 살인미수범이 되었습니다. 갇힌 아들을 면회 온 그의 엄마가 천연덕스럽게 말합니다. “신은 하나를 가져가시면, 다른 하나를 내주신단다. 곧 네 동생을 낳게 된단다.”
감금돼 지내면서 아기 때문에 눈물로 나날을 보내던 라힐은 다행히도 봉사단체의 노력으로 아기를 찾게 됩니다.
자인을 연기한 아역 배우 알 라피아는 길거리에서 뽑은 빈민 소년이라고 합니다. 그의 연기가 놀랍습니다. 감동적인 이 작품은 제 71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장 상을 받았는데, 영화제 사상 가장 긴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합니다.
‘가버나움’은 성경에 나오는 지명입니다. 갈릴리 바다 북쪽 해안의 도시인 이곳에서 예수가 많은 병자를 낫게 해 주는 기적을 행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주민들이 전혀 회개하지 않아 예수는 이 도시가 멸망할 것이라고 예언했고 훗날 실제로 그렇게 됐다고 합니다. 프랑스말로는 Capharnaüm이라고 적는데, ‘잡동사니를 어지러이 채워 둔 곳’을 뜻하는 말로 쓰이기도 합니다. 이 말로 영화 제명으로 삼은 것은, 더럽고 무질서하고 희망이 없는 곳을 암시하려 한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감독 : 나딘 라바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