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훈클럽 씨네마니아
제33회 감상
[바이스]
2019.04.20. 토 cgv압구정
미국 46대 부통령 딕 체니에 관한 영화다.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의 전기다. “이것은 실화다.”라고 일러 주고 이야기는 시작한다.
지난 날 미국 정계의 굵직한 인물들 실명이 나온다. 본인들에게는 기분 잡칠 장면도 있다. 대통령 부시(아들)는 좀 어벙한 사람으로 묘사될 때가 있다. 재기발랄한 럼즈펠트 하원의원의 입담도 보여 주고, 체니를 애송이 때부터 정치적으로 키운 그가 나중에 체니한테 팽 당하자 분노하는 꼴도 헤집는다.
딕 체니는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부통령이었다. 대통령 후보 부시가 그를 런닝메이트로 끌어들이려고 공을 들이면서 외교와 국방 분야의 권한을 달라는 체니의 조건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이기자 딕 체니의 화려한 시대가 활짝 열렸다. 체니가 드세게 그 중요한 권한을 휘두르자, 부시 대통령을 ‘바지 사장’으로 보는 시각까지 있었다.
영화 원제 Vice는 ‘버금’이라는 뜻 말고도 ‘악’이라는 뜻이 있다. 묘미 있는 작명이다. 부통령이면서, 후과가 너무 엄청났던 이라크 전쟁을 무리하게 일으키는 등, 체니의 권한 행사가 착하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는 부통령 후보 되기 직전까지 무기제조회사의 사장이었기에 그것과 공적 직무의 연관성에 관한 의혹을 내내 받았다.
예일 대학교에 들어갔으나, 불량학생이어서 중도에 그만 두고 허랑방탕한 나날을 보내던 그를 따끔하게 혼내어 바로잡은 것은 고교 때부터 사귀어온 부인 린이었다. 그녀는 출중한 인물이었으나 미국 사회에서 여성이 정계에서 뻗어나가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남편 키우는 데에 온힘을 기울였다. 선거 때면 남편을 위해 유세와 후원금 모으기 등 큰 활동을 벌였다.
딕 체니 역을 맡은 크리스천 베일의, 온몸을 던지는 연기의 성실성에 찬사가 자자하다.
재미있는 영화고 여러 수상 후보가 되기도 한 작품. 좀 덜 정리된 느낌을 주기는 한다.
(기록 박강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