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굴]
씨네마니아 38회 감상 작품
강남CGV
심각한 체하거나 괜히 이건가 저건가 헷갈리게 하여 머리 아프게 하는 것 아닌 시원하고 재미있는 영화를 바라는 이에게 권할 만한 작품이다. 박정배 감독 작품.
머리 잘 돌고 능청맞고 배짱 좋은 청년 도굴꾼 강동구(이제훈)가 황영사 석탑 속 금동불을 훔쳐 이 물건을 미끼로 집요하게 한 인물에게 접근한다. 그 대상은 왕년의 도굴꾼이었으며, 이제 장막 뒤 고미술품 암거래의 큰 손이 된, 탐욕스럽고 잔인하기 짝이 없는 상길(송영창)이라는 거부다. 이 노인은 엄청난 고가의 역사적 보물들을 사들여 비밀 수장고에 모은다. 강동구와 이 악인 사이의 깊은 비밀은, 영화 볼 재미를 위하여 우선 묻어 두자.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선릉은 임진왜란 때 왜군이 파혜치고 조선 국왕의 사체를 없애서 빈 무덤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선조가 능을 복구하면서 조선 왕국 시조 이성계의 보검을 넣었다는 흥미로운 전설이 동원된다. 상길이 선릉 도굴 계획에 끌려들고 강동구 도굴단의 이 보검 훔치기가 치밀하게 실행된다. 서울 시내 도로 지하에서 폭파 작업까지 하는 엎치락뒤치락 난관이 아슬아슬하게 극복된다.
이보다 앞서, 강동구 일당은 옛 고구려 땅의 고분 벽화를 톱질해 떼어오는 원정 작업에 성공하기도 한다.
상길의 측근 보좌역인 빈틈없고 똑 부러지는 큐레이터 윤 실장(신혜선), 고분 벽화 도려내기 전문가(조우진), 고분 삽질의 명수 삽다리(임원희)가 등장한다. 속고 속이는 게임의 결과는, 상길 위에 윤 실장, 그 위에 강동구로 결판난다. 상길은 최악의 구렁에 떨어진다.
고구려 벽화를 거둬 오고, 장물아비 상길의 보물을 탈탈 털어내 문화재관리청에 기증한 강동구 도굴단은 일본으로 떠난다.
씨네마니아는 영화 감상을 올해(2020년) 1월 4일 [파타로티](압구정CGV)로 일찍이 사작하면서 좀더 부지런하게 활동하기를 기약했으나, 그 뒤 곧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하는 바람에 이제 겨우 두 번밖에 하지 못했다.